알아서 척척...자율주행자동차 전쟁 어디까지 왔나?

Post date: Feb 3, 2014 11:29:23 PM

기사입력 2013-12-13 07:58

알아서 척척...자율주행자동차 전쟁 어디까지 왔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02X년 12월 13일. A기업 부장 홍길동(가명) 씨는 출근을 위해 자신의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랐다. 가장 먼저 핸들 옆에 설치된 화면에 뜬 지도 눌렀다. 목적지 설정을 위해서다. 이후 몇 개의 버튼만 누르자 차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핸들을 만지거나 가속 패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을 필요도 없다. 홍 씨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 신문을 읽었다. 이어 간 밤에 작성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마지막으로 훓어보았다. 몇 년 전만해도 고작 라디오를 듣는 것으로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소중한 그만의 시간이다. 

일명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 이제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바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무인 자동차(Self Driving Car) 프로젝트에 대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자동차 시장에 있어서 혁명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자율주행 프로젝트 두고 일대 격전=현재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도요타, 닛산, 아우디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정보ㆍ기술(IT) 업체인 구글까지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우선 최근 스웨덴의 볼보는 2017년까지 자율주행 차량 100대를 일반 도로에서 달리도록 하는 ‘드라이브 미(Drive me)’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볼보자동차는 이를 위해 내년부터 고객 연구, 기술 개발, 그리고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클라우드 기술 개발에 들어간다. 2017년에는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볼보차 100대가 교통체증이 자주 일어나는 구간과 고속도로를 포함한 약 50㎞ 구간에서 스스로 주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스웨덴 정부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볼보는 도로 위의 교통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운전자에게 더 안전한 주행 환경을 지원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주행’을 구현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2017년까지 자율주행 차량 100대를 일반 도로에서 달리도록 하겠다는 볼보자동차의 ‘드라이브 미(Drive me)’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운전자는 주행 중 휴대전화나 태블릿 PC를 안전하게 이용 할 수 있고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운전자는 주행 중 휴대전화나 태블릿 PC를 안전하게 이용 할 수 있고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자율 주행 차량은 배기 가스를 줄여 공기 질을 높이고 교통 안전을 개선하는 등 사회적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볼보는 지난 7월 운전자가 직접 조종하는 선발차량을 운전자의 개입 없이 레이더, 레이저 센서, 카메라 등의 장비를 기반으로 인식해 최고 속도 시속 90㎞, 차량 간격은 최대 4m 이하로 좁혀 뒤따르며 운행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해 시연까지 끝마쳤다.

이보다 앞선 지난 9월 메르세데스 벤츠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연구 차량’을 이용해 독일 만하임에서 포르츠하임까지 100㎞ 구간에서 무인 자율주행을 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기술은 양산 모델인 ‘신형 E클래스’와 ‘S클래스’에 적용된 기술에서 조금 더 발전한 수준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안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특히 이날 발표회장에는 디터 제체 다임러AG 이사회 의장이 직접 자율주행차를 타고 등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자율 주행 차량은 무사고 운전 실현을 위한 중요 초석”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0년까지 양산형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첫 제조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연구 차량의 자율주행 시연 모습.

자율주행차 개발 부문에서 일본차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닛산은 메르세데스 벤츠보다 한 달 앞선 지난 8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 판매를 시작해 향후 10~12년 안에 상용화에 성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레이더 센서와 안내 시스템, 카메라, 네비게이션 등이 장착된 ‘리프’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다. 지난 수년간 매사추세츠주 공과대학(MIT), 스탠포드대, 옥스포드대, 카네기멜론대, 도쿄대 연구진들과 더불어 개발한 이 차량은 앞으로 공공 도로에서의 시험 주행을 통해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시험 주행을 하게 될 리프는 차선 유지 및 변경, 분기점 진입, 추월, 정체 시 감속, 적색 신호등 점화 시 정차 등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도요타 역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렉서스 LS’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용 시험 차량인 ‘어드밴스드 엑티브 세이프티 리서치 차량’을 공개했다. 이 차는 특히 교통 신호를 감지하는 전방 카메라뿐만 아니라 차량 부근의 교차로와 차선병합 같은 교통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차량, 보행자, 장애물을 감지하는 전면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도요타가 현재 북미연구소에서 사용 중인 자율주행 연구 차량의 시험 주행 모습

도요타는 지난 10월 자율 주행차 기술 중 안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앞차와 무선으로 통신하는 ‘협력ㆍ조정형 크루즈 컨트롤(Cooperative-adaptive Cruise Control)’과 차선 내에서 최적의 운전 선에 차량을 유지시키기 위한 보조 조종장치인 ‘차선 추적 컨트롤(Lane Trace Control)’이 결합된 ‘자동화 고속도로 주행 보조(Automated Highway Driving Assist)’가 탑재된 자율주행차를 5년 내에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수많은 완성차를 제치고 무인차 기술면에서 전문가들로 부터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은 바로 IT 업체인 구글이다. 구글은 이미 지난 2010년 공공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량 운행에 성공했고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한 구글카로 올 3월엔 약 80만㎞를 무사고로 주파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무인 택시회사 설립 계획도 밝혔다. 

닛산이 공개한 ‘리프’ 자율주행차의 운용 원리.

▶자율주행차 투자 액수 급증…법령 또는 규제 따라 시장 성패 좌우될 듯=세계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래 생존 전략을 고심하며 자율주행차 개발 등을 위해 연구ㆍ개발(R&D)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 유망 차종에 대한 기술력 역시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다.

로이터와 스위스계 유명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가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폴크스바겐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 연말까지 5년 간 R&D에 510억달러(약 56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쏟아부었다. 같은 기각 벤츠와 BMW도 각각 260억달러(약 28조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차 투자 확대를 통해 자율주행차 시장 역시 앞으로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7월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전망치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카 시장의 규모는 연평균 7.4% 성장해 2012년 1900억달러, 2013년 2000억달러, 2014년 2180억달러, 2015년 2390억달러, 2016년 2590억달러, 2017년 2740억달러로 커질 것이라 예상된다.

구글의 무인 자율주행차.

단, 자율주행차 시장의 경우 법과 규제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자율주행차 시장 및 기술의 성장 속도가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플로리다주 등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차량의 시범 운행을 법적으로 허용했으며, 특히 네바다주는 무인자동차 면허를 발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문제 등으로 인해 미국에서도 매우 일부 주에서만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는 등 규제가 쉽게 풀리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더 큰 문제는 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로 자율주행차량이 주행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자동차 업체에 물을 것인지, 아니면 규제 당국이나 보험사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