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기차 충전표준협회의 - 차데모(CHAdeMO)

Post date: Jun 30, 2010 5:30:07 AM

  지난 15일 도쿄 시부야의 한 호텔에 도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도쿄전력 도시바 미쓰비시상사 등 일본의 158개사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자동차 에너지 전자 상사 유통 등 거의 전 업종을 망라한 이들 기업은 '차데모(CHAdeMO)협의회'라는 걸 이날 발족시켰다. 차데모는 충전(Charge)과 주행(Move)을 합친 말로 전기자동차의 충전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 협의회는 일본 기업들이 뭉쳐 자신들의 전기차 충전 방식을 세계표준으로 만들자는 목적에서 결성됐다.

전기자동차 충전 방식의 세계표준을 둘러싼 주요국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전기 플러그로 주기적인 충전을 해야 하는 전기차의 특성상 충전 방식은 전기차의 모델 설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느 나라의 어떤 충전 방식이 세계표준이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전기차 시장의 판도도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마치 1970년대 비디오 시장에서 소니의 베타 규격이 마쓰시타전기(현재의 파나소닉)의 VHS 규격에 밀리면서 참패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재 전기차 충전 시스템 분야에서 앞선 곳은 일본이다. 도쿄전력이 이미 전기차 충전지의 종류와 충전 상태 등을 파악해 자동으로 적당량의 전기를 충전시켜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쓰비시자동차가 작년 여름부터 시판 중인 전기차 '아이미브'가 이 충전 방식을 채택했다. 닛산이 연내 내놓을 전기차도 이 방식이다. 차데모로 불리는 이 방식은 10분간 급속 충전으로 60㎞를 주행할 수 있다.

물론 차데모협의회는 이 시스템을 세계표준으로 밀기로 했다. 차데모협의회엔 기업뿐 아니라 경제산업성과 정부산하 산업단체도 대거 참여했다. 정부와 업계가 전기차 충전 표준 전쟁에 함께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일본의 충전 방식이 세계표준이 될 경우 일본은 충전기는 물론 전기차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차데모협의회 회장을 맡은 가쓰마타 쓰네히사 도쿄전력 회장은 "차데모 방식이 세계 시장에서 날개를 퍼덕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맞서는 게 유럽과 미국이다. 유럽에선 독일의 다임러를 중심으로, 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가 독자적인 충전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일본이 제안한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차용 저전압 충전 방식에 대해 검토하다가 막판에 독일이 독자안을 내놓자 결국 두 방식을 병행 표준으로 채택했다. 그만큼 국가 간 표준 전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한국도 스마트그리드협회 주도로 한국전력과 현대자동차 등이 손잡고 전기차 충전 규격을 마련하는 국책과제를 진행 중이다.

스마트그리드협회 관계자는 "상반기 중 단체 표준을 만들어 하반기에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투입할 전기자동차용으로 시범 적용할 예정"이라며 "이를 국가표준으로 만든 뒤 세계표준으로 키우는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앞서 지난해 10월 상하이 이치 둥펑 베이징 등 10대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자동차 동맹을 구축하고 전기차 표준 제정에 나섰다.

세계표준 전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한 국가 간 합종연횡도 본격화되고 있다. 자국 기술이 미래 전기차 세계표준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전은 지난해 말 일본 도쿄전력과 전기차 충전의 국제표준화 공동 연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또 미국의 자동차 단체 표준을 만드는 미 자동차공학회(SAE)와 공동 표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중에 맞춰 전기차 기술 표준을 함께 개발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스마트그리드협회 관계자는 "IEC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기 표준을 만들고 있다"며 "이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다른 나라들과의 표준 제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전기뿐 아니라 2차전지도 전기차용 세계표준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2020년 판매 대수는 1100만대로 전망되는 데 비해 전기자동차는 75만~155만대다. 비싼 충전지 가격과 충전 인프라 정비가 과제로 남아 있어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오광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