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에 오른 '꿈의 전기차'

Post date: Jan 15, 2013 12:41:14 AM

수술대에 오른 '꿈의 전기차'

배터리 가격, 주행거리 등 현실적 한계 많아

2013년 01월 09일(수)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 아주 섬뜩한 문구다. 이는 2006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이다. 크리스 페인 감독은 이 영화에서 전기자동차의 산 증인 스탠포드 오브신스키(Stanford R. Ovshinsky)의 몰락 뒤에 석유회사와 자동차회사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개발로 전기자동차의 시대를 이끈 스탠퍼드 오브신스키  ⓒ위키피디아

하이브리드 전지를 개발했으며 400개가 넘는 특허를 가졌던 발명왕 오브신스키의 가장 큰 업적은 ‘니켈-메탈 배터리’다. 현재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모든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다. LA타임스는 2012년 10월 세상을 떠난 오브신스키를 추모하면서 “그는 50년 전에 석유산업의 종말을 예견했다”고 지적하며 “수소연료전지를 만들었고, 자동차 내연기관까지 완성하면서 하이브리드의 역사를 혼자서 썼다”고 추앙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그를 ‘지구의 영웅’으로 칭했고,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시대의 에디슨’이라고 지칭했다. 7개 대학이 명예박사 학위를 줬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에서 오브신스키에 존경을 표했다. 오브신스키는 “진정한 발명가는 돈이 아닌 아이디어와 창조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100년 전만 해도 전기자동차가 훨씬 많아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만 해도 미국엔 전기자동차가 휘발유 자동차보다 훨씬 더 많았다. 지금은 지구상 어느 거리에서도 완벽한 전기자동차를 볼 수 없다. 199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전기자동차가 거리를 누볐다. 당시 제너럴 모터스(GM)는 ‘EV1’이란 현대적 전기자동차의 양산을 시작,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약 800대의 EV1을 소비자에게 대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 EV1은 조용하고 빠르며, 전기 콘센트가 있는 곳 어디에서도 충전이 가능했다. 한 번 충전에 110~130킬로미터의 거리를 달렸다. 그러나 2001년부터 수년에 걸쳐 GM은 전기자동차를 회수해 전량 폐차했다. GM에 이어 포드, 도요타, 혼다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도 뒤를 이었다.다큐멘터리가 제기한 의혹은 간단하다. 우선 중동•유럽•미국 등 석유 메이저의 글로벌 자본화와 이와 연관된 각 국가의 석유판매에 따른 세금 징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 그리고 자동차 메이커들에겐 내연기관을 없앤 전기자동차는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는 내용이다.미국의 역대 대통령인 카터, 레이건, 클린턴 등은 이런 문제를 인식해 취임식에서 하나같이 "중동석유 중독을 끊겠다"고 공언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석유메이저와 미국 정부, 그리고 자동차업체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기자동차 100만대 출시를 제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년 넘게 전기자동차 찬가를 불러왔다. 뉴스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2015년까지 플러그인 충전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휘발유와 전기) 자동차 100만 대를 출시하라고 업계에 거듭 촉구했다. 물론 거기에는 중동에 대한 석유중독에서 탈피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역대 대통령들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회의론자들의 반론을 묵살해 왔다. 그러나 앨런 멀럴리(Alan Mulally) 포드 CEO는 그들과 약간 다르다. “인프라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을 뿐이다”. 따라서 인프라만 갖춰지면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2월 디트로이트 모터쇼 바로 직전에 자체 플러그인 모델인 ‘포드 포커스 일렉트릭'을 선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경제성을 맞추기가 아주 힘들다. 배터리와 전기장치가 대단히 비싸기 때문에 가격이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기자동차에 집착하는 오바마의 주문을 가로 막는 요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배터리 중량, 배터리 가격, 3~4시간 정도 걸리는 충전시간, 자동차 가격 등이다. 가격 면에서 휘발유 자동차의 2배에 이른다. 또한 광활한 지역인 미국에서 제한적인 주행거리(110~160km)도 문제가 된다.

멀럴리는 오바마가 요구하는 100만대 출시 목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기 위해 신중을 기한다. “다만 그것은 고객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 측에서 볼 때 오바마는 시기상으로나 경제성으로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술을 지지하고 주문하는 사람 같은 인상을 지워버릴 수 없다. 

하이브리드도 별반 인기 없어 

포드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만약 전기자동차를 구매한다면 순전히 전기만이 아니라 전기와 휘발유를 동시에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하이브리드도 별반 인기가 없어 판매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작년 모터쇼에서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여러 종류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을 출시했다. 향후 에너지 기준을 강화한 측면이 적지 않다. 

포드의 멀럴리는 “포드 이스케이프나 퓨전 하이브리드 같은 하이브리드 차종이 가장 경제성이 뛰어난 모델”이라며 “주행거리에 제한이 없고, 충전이 가능하든 않든 간에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지도 않는다”고 자랑했다.

▲ 새로운 에너지, 그리고 무공해로 인해 꿈의 자동차로 각광을 받아온 전기자동차가 시험대에 올랐다. 비싼 가격, 주행거리 등의 문제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 상용화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pesatalk.com

그러나 포드는 2013년 말까지 일정부분 전기로 움직이는 모델의 생산량은 1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총 판매대수의 5%에 불과한 수치다. 그것도 그 중 대다수가 완전 전기차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또한 2020년까지 전체 생산량 중 전기자동차 모델은 불과 10%에 불과하며, 역시 주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되리라고 예상한다. 

2030년까지 총생산량 10% 넘지 못할 것 

포드는 1년 가까이 전기자동차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세일즈맨의 열정을 갖고 있는 멀럴리는 CBS 방송의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나와 전기자동차 홍보까지 할 정도였다. 

멀럴리는 현재의 어떠한 기술도 미래를 지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전기자동차는 리튬이온 전지가 아닌 다른 기술일 가능성도 있다. 일부 자동차 메이커는 몇몇 소수의 기술에 도박을 걸고 있다. 그러나 100% 휘발유에서부터 100% 전기까지, 그리고 그 사이사이 모든 동력기술의 가능성을 예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 전기자동차는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멀럴리는 말했다. 차세대의 새로운 에너지로, 그리고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굳게 믿었던 전기자동차가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미국은 중동의 석유중독을 끊지 못하고 이라크에서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다.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춘 전기자동차를 개발, 공급까지 해 놓고서 GM은 상용화를 시키지 못했다. 전기자동차로 금단현상을 해소해 보려고 노력했으나 앞으로 갈 길은 먼 것으로 보인다. 

역사가 미셸 쉬퍼(Michelle Schiffer)는 “전기자동차가 결국 실패한 이유는 배터리의 한계나 무게 때문이 아니었다. 사업전략의 실패가 보다 중요한 요인이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튼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린 것만은 사실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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