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차이나 新에너지 드라이브] (3·끝) 질주하는 中전기차 산업

Post date: Aug 22, 2010 7:11:54 PM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08-20 03:16 최종수정 2010-08-20 10:46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업화하자" 中, 2012년까지 버스 10%를 전기차로

발해(渤海)만 개펄을 매립해 서울 절반 크기의 공단을 조성하고 있는 허베이(河北)성 차오페이뎬(曹妃甸). 입구에서 동쪽을 향해 20여분을 달리자 '탕산(唐山)전기차단지'라는 대형 간판이 나타났다. 차오페이뎬을 관할하는 탕산시는 이곳에서 연간 전기차 5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입주 예정인 3개 전기차 업체 중 버스를 생산하는 탕산 리위안(金里源)은 지난 6월 1단계 공장을 완공하고 이미 생산에 들어가 있다. 본부 건물 뒤로 건물 20여 동이 촘촘히 늘어서 있는데, 버스를 최종 조립하고 배터리와 모터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3년 동안 전체 버스 1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

리위안은 원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하는 2차 전지업체로 출발했다. 전기차 제조로 눈을 돌린 것은 중국 정부가 대중 교통수단인 버스부터 전기차로 전환하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대당 50만위안(약 8700만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운송업체가 기존 버스와 비슷한 가격에 전기버스를 구입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보조금 정책을 내놓으면서 '십성천량(十城千輛) 공정(프로젝트)'을 발표했다. 매년 10개 시범 도시를 지정하고 이 도시들에 각각 1000대씩 전기 자동차를 보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12년에는 전체 버스 중 전기버스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말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를 앞두고 "2020년까지 단위 GDP(국내총생산)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에 비해 40~50% 줄이겠다"고 공언했던 중국 정부가 각 지방정부에 강제 할당을 하는 식으로 전기차 보급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는 정부가 거의 공짜로 준다

자가용 보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중국이 전기차 보급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이다. 중국은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2000만대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억대나 되는 자동차가 모두 석유를 사용한다면 중국은 다시 한 번 '에너지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6월 개인용 전기 승용차에 대해 최고 6만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김광중 LG화학 중국 법인장은 "보조금 규모가 예상했던 것보다 아주 크다. 배터리 값은 아예 정부가 내주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오는 2020년까지 1000억위안(약 175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지원하는 내용의 전기차산업진흥계획 초안도 내놓았다. 이 계획에는 2020년까지 전기 자동차 누적 보급 목표가 500만대로 잡혀 있다. 신에너지 전문펀드 첸넝(乾能)투자 차오위즈(喬禹智) 동아시아담당 사장은 "기존 자동차와 달리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인 전기차는 중국과 선진국의 격차가 크지 않다"면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 상업화에 성공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기업이 못 따라갈 지경

정부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황금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국내외 기업들은 앞다퉈 이 분야로 달려들고 있다. 전기 버스 분야에서 중국 내 선두인 안후이(安徽)성 안카이(安凱)버스는 벌써 허페이(合肥)시의 대중교통 버스를 비롯해 전국에 200여대의 전기 버스를 공급했다. 각 지방 성들도 중앙 정부의 보조금을 노리고 국내외 업체를 유치해 전기버스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업계에서는 전국적으로 전기버스 생산에 뛰어든 업체가 160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버스보다 한걸음 처져 있지만 전기 승용차 분야도 올해 선전의 비야디(比亞適), 항저우(杭州)의 중타이(衆泰) 등이 상용 모델을 출시했다. 다임러벤츠와 BMW, 아우디, GM 등 해외 업체도 중국 전기 자동차 시장에 대한 투자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너무 앞서 가고 있어 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중국 2차 전지 업체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연간 버스 5000대분 정도에 불과한데, 각 지방정부가 주문한 버스는 2만대나 된다는 것이다. 리위안만 해도 탕산시 정부로부터 오는 2012년까지 2000대의 전기버스를 주문받아놓고 있지만 예정대로 납품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다.

급속히 확대되는 충전소網

전기차 보급의 관건인 충전소 인프라 건설도 정부가 주도해서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이징에는 지난달 1호 충전소가 완공됐고, 지방 주요도시에도 속속 충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최근 국영기업인 국가전망(國家電網)은 올해 75개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전국에 1700개의 공공 충전소를 깐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상하이 백화점 거리인 쉬자후이 부근에 있는 차오시(漕溪) 전기차충전소. 국가전망이 조성한 이 충전소 안에는 버스용, 중·소형차용 등으로 나눠 10여개의 충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마침 퉁지(同濟)대학의 연구용 전기승용차 2대가 전기를 충전하고 있었다. 충전소 관계자는 "상하이에는 이미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차를 합쳐 1200대 이상의 친환경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며 "상하이 전역에 충전소 8곳이 설치됐고, 세계박람회장에는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배터리 교환식 충전소도 들어섰다"고 말했다.

 

오페이뎬(曹妃甸)·상하이(上海)=최유식 특파원 find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