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 폭스바겐 마이크로 버스의 부활, Bulli 컨셉트

Post date: Mar 9, 2011 8:36:29 AM

출처 : http://whitebase.egloos.com/4543733 

배달가던 차를 바캉스까지 몰고 가도 어색하지 않다, 야호!

작고 귀여운 미니를 뺏어간 뒤에 노랗고 동그란 껍질을 뒤집어 쓴 골프를 돌려줬던 폭스바겐이 이번에는 제대로 된 마이크로 버스의 컨셉트를 선사했다.  만국의 히피들이 환영할...아, 이젠 히피가 없나? 

하지만 제네바에 등장한 Bulli 라는 녀석이 제대로 나와준다면 히피가 아니라도 환영할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사실 폭스바겐은 이미 2001년에도 마이크로버스 컨셉트를 내놓아서 아직 살아남아 있던 극소수의 히피와 마이크로 버스가 뭔지도 모르는 세대 모두에게 상당한 호응을 끌어낸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의 폭스바겐은 마이크로 버스를 리파인해 널리 국민을 이롭게하기 보다는 VR6 엔진 두 개를 붙이거나 부가티의 엔진에 네 개의 터보를 다는 일이 관심이 많았고, 마이크로버스 컨셉트 역시 그렇게 묻히는 듯 했다.

그러던 와중에 양산차에 근접한 형태로 Bulli 가 등장했다. 투톤과 목걸이로 걸고 다니면 목이 꺾일 것 같은 사이즈의 폭스바겐 마크를 유지한 채로 말이다.

초대 마이크로 버스와 2001년의 컨셉카. 닮은건지 만 건지. 

어차피 죽었으니 상관 없나?

Bulli 는 올드 아이콘으로만 점철된 차가 아니다. 

크기는 400x174x167cm 의 1.2박스, 중량은 1450kg 으로 르노 캉구와 거의 같지만 보닛이 짧아서 내부공간은 더 넓다.

이런 구성은 처음부터 200km/h 까지 달릴 생각 따윈 없고, 대신 주차공간과 기름을 덜 잡아먹는 차가 필요한 이들에게도 매력적이다. 동시에 어디서 본 것 같은 구성이기도 하다. 과거의 마이크로버스도 작지만 넓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마이크로버스의 DNA 는 투톤 컬러와 커다란 VW 마크가 아니라 현실적인 선상에서 실용화를 극대화한 유틸리티라는 데 있었다. 그리고 Bulli는 마이크로스의 "진짜 컨셉" 을 제대로 계승했다. 

레트로를 표방하며 최초의 컨셉을 망각한 비틀이나 미니와는 다른, 정말 제대로 된 후예인 게다.

Bulli 의 투시도. 배터리 스택과 모터가 보인다. 

개인적으로 보닛에 남는 공간을 어디다 쓸지 정말 궁금하다.

Bulli 의 완성도는 양산차에 근접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컨셉카 다운 부분은 기껏 해야 완전 전기추진식 구동계 정도. 

물론 전기차 역시 최근의 풍조를 본다면 비현실적이지 않다, 이미 전기차가 도로를 굴러다니고 미쓰비시, 닛산, 르노 등은 도심지를 위한 상용 전기차를 준비중이지 않던가?

Bulli 의 동력계는 113마력의 소형 모터와 차체 저판에 깔리는 40kwh 급의 리튬 이온 배터리 팩. 리프가 24kw 임을 생각하면 상당한 대용량이다.  게다가 한 시간이면 완충이 가능하며, 짐을 꽤 싣고도 시속 140km 까지 밟아볼 수 있으며 항속거리는 300km 에 달한다.

이 정도면 폭스바겐이 실용 전기차 생산 업체들보다 기술적으로는 좀 더 앞선 거 같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비싼 독일제 전기 가격을 생각하면 실용화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듯 하지만 말이다.

폭스바겐은 근시일 내에 양산된다면 폴로의 구동계에서 따온 1.0~1.4L 의 디젤이 들어갈 수도 있을 거라고 말했다. 힘은 부족하겠지만 이 정도면 도시나 해변에서 몰고 다니기엔 부족함이 없다.

프레임을 활용한 얇은 좌석으로 공간여유를 극대화...했다지만, 다들 관심은 아이 패드에 집중되어 있다. 이 아이디어 낸 사람 누구야?

좌석배열 자체는 올드 마이크로 버스를 닮았지만, 인테리어는 컨셉카 다운-하지만 묘하게 현실적인- 아이디어가 녹아 있다.

쇼카에 맞춰 들어간 하얀 플라스틱이나 붉은 직물은 일단 무시, 하지만 센터페시아에 대놓고 달아 놓은 i-Pad 독은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다.

다른 업체들이 7인치 이하의 내장 액정 속에서 노는 동안 테슬라의 Model S 가 17인치 터치패널을 장착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면, 폭스바겐은 거추장스러운 고정 패널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Bulli는 i-Pad 에 자체 앱을 깔아서 스테레오와 네비게이션, 주변장치 블루투스, HVAC 까지 모든 관련조작을 떠 넘겨 버렸다.

그리고-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i-Pad는 '차 밖으로 가져 나갈 수가 있다.'

이 컨셉의 실용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업체들이 "차 안에서만 작동하는 많은 기능" 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신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네바에 나온 폭스바겐은 5년 내 Bulli 양산에 상당한 비중을 둘 것이라고 공공연히 언급했다. 

하지만 그들이 2001년에도 같은 말을 하다 벤틀리와 페이튼을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가격표를 붙이고 딜러로 튀어나올 때 까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