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대백과]자동차의 뼈대는 어떻게 구성됐나

Post date: May 3, 2011 6:36:07 AM

칼벤츠의 차 벨로 1886년 칼 벤츠가 만든 최초의 상업용 자동차다. 겉모습은 마차와 다를 바 없다. 마차의 구조에서 유래된 자동차의 프레임이 보이는 차다. <사진=wikipedia>

자동차의 구조를 간략하게 이해하려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모터 달린 장난감차를 생각하면 됩니다. 장난감 차의 구조를 살펴볼까요. 일단 바퀴는 필수겠죠. 여기에 모터가 있습니다. 또 모터와 바퀴를 끼울 차체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모양의 덮개를 씌우면 자동차가 완성됩니다. 

사실 지금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도 기본적인 구조는 똑같습니다. 이를 차체, 엔진, 변속기, 차축 등 여러 부품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여기에 가장 기본이 되는 골격, 즉 뼈대를 섀시(chassis) 또는 바디라고 부릅니다. 섀시의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보다 오래됐습니다. 초창기 자동차가 마차를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차는 프레임구조?

마차의 섀시는 요즘말로 하면 프레임 바디를 갖고 있었습니다. 프레임 바디는 천천히 설명하기로 하고 마차를 계속 살펴보면 앞에 말을 연결하는 부분이 있고 네개의 바퀴 제일 앞쪽에 마부가 타는 좌석이 있습니다. 그 뒤에 승객이 타는 네모난 객실이 있고 제일 뒤에는 짐을 싣도록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지금의 차와 거의 유사한 구조입니다. 마차 바닥은 사다리꼴의 나무로 단단하게 구성됐습니다. 네 모서리에는 바퀴를 연결했고 사다리꼴 나무 위에는 승객이 탈 수 있는 객실을 얹었습니다. 이 구조가 초창기 자동차의 구조로 이어집니다.

마차 마차의 구조가 자동차로 이어진다. 앞에 말이 끄는 공간을 제외하고 구성 요소만 살펴보면 프레임 구조의 자동차와 유사하다. 바퀴 사이에 프레임이 있고 위에 객실을 붙였다. 마차는 프레임을 마차 제작사에서 만들고 수제작 공방인 카로체리아로 보내져 고객의 요구에 맞는 객실형태와 장식으로 꾸며진다. <사진=wikipedia>

1894년에 만들어진 칼 벤츠의 자동차 ‘벨로’는 겉모습이 영락없는 마차입니다. 사진을 살펴보면 바퀴를 잇는 축에 앞·뒤로 기둥이 이어지고 그 위에 의자를 얹은 모양입니다. 이런 모습이 지금의 자동차에도 이어지는데 바로 ‘프레임 바디’ 또는 ‘바디 온 프레임’이라는 형태로 불립니다. 즉 프레임 위에 바디를 얹은 것인데 마차 제작도 이와 같은 방식이었습니다.

도요타 툰드라 트럭의 섀시 프레임 바디 구조는 아직도 많이 사용된다. 특히 트럭과 같이 강한 차체가 필요한 경우 많이 사용된다. 사진은 도요타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툰드라의 섀시다. 프레임을 바탕으로 엔진과 변속기, 바퀴를 부착해 놓은 모습니다. <사진=wikipedia>

1800년대 마차는 각자 필요한 모습으로 꾸며서 탔습니다. 제작사는 바퀴와 프레임을 만들어 일종의 마차 수제작 업체인 카로체리아로 보내면 고객의 취향에 따라 객실을 꾸며줍니다. 최근까지도 프레임 위에 바디를 얹어 차를 만드는 것은 일반적입니다. 주로 대형 트럭이나 버스를 만들 때 사용합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H’형 뼈대 위에 짐차의 적재함을 얹으면 트럭이 되고 버스의 객실을 얹으면 버스가 되는 구조입니다. 기술적으로 조금씩 다른 부분들은 있지만 크게 보면 덤프트럭, 화물트럭 등의 차가 같은 프레임을 갖고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모노코크 바디는 무엇인가요?

모노코크 바디를 이해하려면 비행기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자동차 얘기하는데 비행기가 나오니 좀 생뚱맞게 들릴 수 있지만 이전 연재에서도 자주 나왔듯이 엔진, 안전벨트 등 비행기에서 차용된 기술이 자동차에 아주 많이 적용됐습니다. 1920년대만 해도 비행기는 나무나 철로된 프레임에 엔진을 얹고 동체 역시 나무나 철로 형태를 갖춘 뒤 천을 덮어 만들었습니다. 마치 자동차가 마차였던 시절처럼 말이죠. 하지만 알루미늄과 두랄루민 같은 신소재의 가격이 저렴해지고 엔진은 강력해지면서 보다 가볍고 단단한 기체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비행기의 기체 구조는 변화했고 세미-모노코크 바디를 거쳐 모노코크 바디가 완성됩니다. 모노코크 바디라는 말은 ‘일체형 바디’라고 해석하면 됩니다. 즉 프레임과 차체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를 말합니다.

비행기의 모노코크 바디는 원통형의 파이프처럼 만들어집니다. 모노코크 바디는 프레임 없이 강한 힘을 갖고 동체를 지탱하는지가 주요 관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는 자동차처럼 문짝이 크지 않으니 개방되는 공간이 적어 단일 구조물로 프레임과 동체를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커다란 원통에 조종석 작은 유리창과 승객이 드나들 문만 뚫어주면 되는 것이죠.

비행기에 적용된 세미-모노코크 바디 1920년대에는 비행기에 모노코크 디자인이 적용됐다. 이후 자동차에도 이 기술이 적용된다. 비행기는 출입문과 창문을 비롯한 외부로 뚫리는 면적이 작기 때문에 모노코크 적용이 좀 더 쉬웠다. 하지만 자동차는 문과 창문을 비롯해 개방된 공간이 많아 강성을 유지하기 힘들어 당시엔 적용이 쉽지 않은 기술이었다. <사진=wikipedia>

자동차에 최초로 모노코크 바디가 적용된 것은 1923년 10월의 파리오토살롱입니다. 빈첸초 란치아가 1906년에 설립한 이탈리아 란치아의 ‘람다’입니다. 람다는 투어링카로 설계됐지만 모노코크 바디를 적용해 가벼웠습니다. 덕분에 핸들링이 좋아졌고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혁신적이었는지 1930년이 지나도록 다른 차에는 모노코크 바디가 채용되지 않습니다. 모노코크 바디의 자동차가 히트작으로 데뷔한 것은 1934년 프랑스 시트로앵의 ‘트락숑 아방’이었습니다. 이어 1935년에는 제너럴모터스의 ‘오펠 올림피아’가, 1936년에는 링컨 ‘제퍼’가 모노코크 바디로 제작됩니다.

란치아 람다 최초의 모노코크 바디 자동차다. 1906년 설립된 이탈리아 란치아사에서 1926년 제작했다. 프레임 바디에 비해 차체가 가벼워졌기 때문에 투어링카로 제작됐지만 스포츠카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사진=wikipedia>

이후 자동차는 모노코크 바디가 대세를 이룹니다. 특히 가볍고 잘 달려야하는 스포츠카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는데 우선 대량 생산이 쉬워졌습니다. 섀시 하나를 만들어두고 여기에 부품을 장착하면 자동차가 완성됐습니다. 또 프레임이 없어졌으니 무게가 가벼워졌습니다. 따라서 연비는 향상되고 주행성능은 좋아졌습니다. 

프레임과 모노코크의 조합, 보다 안전한 차를 위한 섀시

1960년대를 넘어서면서 좋은 자동차의 조건으로 ‘안전’이 부각됩니다. 이때까지 잘 달리고 잘 서는 차가 가장 좋은 차라는 개념이 바뀐 것입니다. 섀시 역시 ‘안전’이 요구됐습니다. 따라서 사고가 나면 얼마나 충격을 흡수해서 승객을 보호하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프레임 바디는 단단해서 대형차나 중장비, 트럭을 만드는데 적합합니다. 또 차체의 뒤틀림으로 인한 변형이 적어 험로를 달리는 SUV에도 적합합니다. 하지만 강력한 프레임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충돌과 같은 사고에 대한 안전성은 떨어집니다. 모노코크 바디는 충돌시 쉽게 찌그러집니다. 이를 두고 차가 약한 것 아니냐는 말도 하지만 사실 많이 찌그러지면서 승객이 받을 충격을 줄이는 것이 안전한 섀시입니다. 

안전하면서도 단단한 차를 위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로터스는 FRP를 이용해 모노코크 바디를 만들어 경량화와 안전성을 확보했습니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도 바디에 벌집구조를 넣고 카본 재질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계속됩니다.

프레임 바디와 모노코크 바디를 두고 어느 것이 좋다고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동차의 용도에 따라 사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에는 프레임과 모노코크의 장점을 결합하는 구조를 만들기도 합니다. 무거운 철 대신에 가벼운 알루미늄을 프레임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시트로엥 트랙션 프랑스 시트로엥의 ‘트랙션’, 1934년 모노코크 바디를 채용해 큰 인기를 끌었던 모델이다. 이후 제너럴모터스가 1935년 오펠 올림피아, 1936년에는 링컨 제퍼가 모노코크 바디를 바탕으로 출시됐다. <사진=wikipedia>

<디지털뉴스팀 이다일기자 cam@khan.co.kr>

입력 : 2011-01-14 09:59:48ㅣ수정 : 2011-01-14 18:5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