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기차 사업 진출 움직임 곳곳 포착

Post date: Jun 10, 2010 11:03:36 AM

[CBS산업부 박종환 기자]

삼성전자가 자동차 인력 충원에 나서는 등 삼성그룹의 전기차 사업 진출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전기차 사업 진출이 이뤄질 경우 자동차 시장의 판도변화도 예상된다.

삼성그룹의 전기차 시장 진출 움직임이 최근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이랜텍은 전기차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컨트롤 기술인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개발에 착수했다.

이랜텍은 삼성전자와 32년째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세용 대표는 삼성전자 우수 협력업체 모인인 협성회 회장을 맡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구조재편 전망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CEO 인포메이션'을 내놓아 당시 주목을 끌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모 헤드헌팅 회사에 현대기아차와 GM대우, 쌍용차 등 자동차 회사 출신 사원을 뽑아달라고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동차 업종에서도 인력을 뽑는 것은 맞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력사원을 채용하면서 여러 분야의 우수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 삼성, 전기차 사업 진출 소문 무성

자동차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삼성이 전기차 사업 진출을 준비중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협성회 회장사가 자동차 전장(電裝)부품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삼성측과 내부적인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과거 삼성그룹 기획실쪽 인력들이 모여서 신수종(新樹種) 사업을 발굴하고 있는데, 전기차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아직은 전기차 시장이 초기단계지만 수요만 창출된다면 전기차 관련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수익모델 창출 차원에서 이를 놓치기 힘들 것"이라며 "삼성의 전기차 분야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 과거 자동차 실패 경험이 약이 될 수도

삼성은 과거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삼성그룹은 과거에 구조조정본부가 주축이 돼 그룹 핵심인재를 골라 '21세기 기획단'이란 이름의 '자동차 사업 진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1995년 9월에 삼성자동차를 설립했다.

이어 1998년 3월 처음으로 SM5를 만들었으나, 결국 지난 2000년 판매랑 저조로 르노에 인수되는 운명을 맞게됐다. 현재 르노삼성은 르노측이 80.1%, 삼성카드가 1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과거의 실패를 교훈삼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지 삼성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과거에 실패한 자동차는 엔진으로 구동되지만, 전기차는 엔진이 아닌 모터로 구동되기 때문에 과거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이런 점이 삼성의 전기차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전기차는 자동차와 전혀 다른 사업?

모터 구동의 경우 엔진 구동과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산업으로 인식할만 하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자제어장치, 모터 부문이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삼성은 이들 분야에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해 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전자제어장치 부문의 기술이 상당하고, 삼성SDI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기차용 리튬이온 전지' 사업을 선정하고 지난 2008년 9월 독일의 보쉬와 합작으로 'SB리모티브'사를 출범시켰다.

이건희 회장 복귀로 전기차 사업 진출 결정 탄력 받을 듯

이건희 회장의 복귀로 전기차 사업 진출 결정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분야에서 외국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삼성으로 하여금 전기차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0월 정부의 '전기차 산업 활성화방안'이 나오면서 전기차 본격 출시를 당초 2013년에서 내년 말로 2년 가량 앞당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기차 상용화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삼성은 전기차는 적어도 10년 후의 미래산업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키울 사업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10년 뒤엔 전세계 자동차 생산.판매량(8천만대)의 6~7% 정도인 500만대 가량을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삼성이 당장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언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의 일련의 움직임으로 미뤄볼 때 "이명박 정부 내에서 전기차 사업구상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자동차 매니아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의 판단이 주목된다.

◈ 국내 자동차 업계, 삼성 움직임에 촉각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삼성의 전기차 진출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고, 크게 긴장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8월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해 관공서 등에 시범 보급한 뒤 내년 말부터 양산해 시판할 계획이다.

GM대우는 내년에 GM이 개발한 전기차 '볼트' 10대를 들여와 시범운행한 뒤 본격 출시 시기를 모색하기로 했고, 르노삼성은 2012년부터 부산공장에서 뉴SM3를 모델로 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삼성이 전기차 사업에 진출할 경우 국내 전기차 시장은 장기적으로 현대기아차와 삼성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분야 기술력은 일본이나 프랑스 등 전기차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은 85% 수준이며, 상용화 시점은 2년 가량 뒤져 있는 상태다.

한편, 삼성측은 '전기차 사업 진출 가능성'에 대해 일단 부인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전기차 진출 가능성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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