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갖춘 한국 배터리 기술이 르노닛산 끌어들였다

Post date: Feb 23, 2011 11:31:01 AM

르노닛산 부산서 전기차 생산

르노닛산그룹이 한국을 전기자동차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확정함에 따라 국내 전기차 산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이에 앞서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앞당겨 2011년부터 전기차 양산(量産)에 나서기로 했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전기차 생산에 본격 착수,한국이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따라잡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아왔다. 

◆2차전지 경쟁력 덕 본다

르노닛산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할 거점으로 한국을 점찍은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의 핵심인 대용량 배터리(2차전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2차전지 산업은 GM,BMW,포드가 한국 기술로 만든 배터리를 차세대 그린카에 탑재하기로 하는 등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배터리가 완성차 업체들을 끌어오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전기차를 대량으로 생산할 만큼 안정적인 배터리를 내놓은 업체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가능성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이 GM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전기모터가 주 동력,내연엔진은 배터리 충전용으로 쓰이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의 중간 단계)에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고,삼성SDI는 보쉬와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통해 BMW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중견업체 코캄이 세계 2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나 마그나에 배터리 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마그나는 포드에 배터리팩(배터리와 주변 전기장치를 포함한 유닛)을 독점 공급하기로 돼 있다. 

르노닛산은 배터리가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닛산을 통해 일본 휴대폰 제조업체인 NEC와 제휴,자동차 배터리 생산업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닛산의 전기차 '리프'를 보고 온 부품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미국 A123 제품이었다"며 "닛산이 아직 배터리를 독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대로 현대 · 기아차가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양산 시점을 1~2년 앞당긴 것도 배터리 기술에 대한 자신감 덕분이다. 현대모비스는 LG화학과 합작 법인을 만들어 배터리 기술을 더 진전시킬 계획이다. 

◆국내 전기차 경쟁 촉발

전문가들은 르노닛산의 결정으로 한국 전기차 산업에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현대 · 기아차가 2011년 양산 계획에 동의한 데에는 르노닛산의 결정이 지렛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경쟁에 불을 댕겼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그린카와 관련,대학교수 등 국내 전문가 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그린카 기술 경쟁력은 일본 미국 독일 등 선진 경쟁국 대비 74% 수준으로 약 5년 정도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카에서는 도요타 등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고,클린 디젤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각각 유럽과 미국의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검증이 필요하긴 하지만 중국이 BYD를 앞세워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것도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현대 · 기아차와 르노삼성이 앞다퉈 전기차 개발에 주력한다면 5년 정도의 격차는 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GM이 중국과 한국(GM대우)을 그린카 생산 기지로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1조원가량을 지원하는 대가로 GM은 GM대우에 전기차 개발 및 양산과 관련한 권한을 일부 넘겨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직 갈 길 멀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린카 부품의 국산화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항구 팀장은 "전기모터는 국내에서 생산하지만 모터에 들어가는 특수 자석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배터리,모터,인버터 등 핵심 동력 부품만 국산화에 성공했을 뿐 기타 부품들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기초 화학물질 역시 일본산이 대부분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배터리를 지배하는 자가 향후 세계 자동차시장을 석권할 것이다.”일본정부는 이 같은 모토 아래 장기적인 배터리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6년 경제산업성 주도로 자동차, 배터리, 전력회사 등이 한데 모여 2010년, 2015년, 2030년의 3단계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비로소 지식경제부를 포함해 현대·기아차, LG화학, 삼성SDI, SK에너지 등이 공동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한 양해각서 내용은 2013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용 배터리 생산에 한정돼 있다. 2년이 늦은데다 계획도 장기적이지 못한 것이다.게다가 일본에는 하이브리드차의 최강자인 도요타와 혼다, 내년 전기차 리프를 출시할 예정인 닛산, 전기차인 아이미브(i MiEV)를 이미 출시한 미쓰비시, 올해 스텔라 전기차모델을 출시할 스바루 등 기라성같은 자동차회사가 즐비하다.또한 전 세계 배터리업체 상위 10곳 중 무려 7곳이 일본업체다. 산요, 파나소닉, 소니 등 세계 최정상의 배터리 회사들이 도요타, 혼다 등과 함께 합작연구를 지속하고 있다.우리나라에도 올해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한 현대·기아차와 세계적인 배터리회사인 LG화학, 삼성SDI, SK에너지가 버티고 있다. 전반적으로 일본의 강세가 점쳐지지만 한국 기업의 선전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은 2006년에 30년 로드맵 세워

일본은 전기자동차는 물론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배터리 상용화 단계 시점은 무려 20여년 후인 2030년이다. 2030년도는 돼야 배터리 가격이 2006년 대비 40분의 1로, 2010년 대비 20분의 1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일본정부의 예상이다. 일본은 2030년은 돼야 석유연료를 대체할 정도의 경제성을 지닌 전기차의 양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2011년 전기차 양산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이를 위한 배터리 개발에 55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부품업체 및 인프라업체에는 4000억여원이 보조된다. 정부의 의욕적인 목표치에도 불구하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 일색이다. 2011년은 양산이 어려울 뿐 아니라 양산하더라도 상품성 있는 차가 출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가 지금 수준의 20배 효율을 내면서 가격은 2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해야만 비로소 전기차의 양산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전문가 “2011년 양산 사실상 불가능”

실제 미쓰비시가 지난 8월 출시한 전기차 아이미브 역시 경제성 있는 상품으로 여기지 않는다. 마티즈보다 작은 차체를 지녔음에도 가격은 무려 460만엔(약 6000만원) 선이다. 이 중 배터리 가격만 50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1회 충전으로 160㎞ 정도 주행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실제주행에서는 100㎞도 채 달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배터리기술의 획기적인 발전 없이는 전기차의 양산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현대·기아차 역시 현재로서는 전기차의 양산 시점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자체 개발한 전기차 ‘i10 EV’를 공개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콘셉트카에 불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1년에 전기차를 양산하는 게 정부의 계획이지만 현대차의 생각은 다르다. 배터리의 기술발전 추이를 지켜본 후 양산 여부나 양산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처방 집착하면 세금낭비 이어질 수도

결국 정부의 2011년 전기차 양산계획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단기적이면서도 성과지향적인 방침은 과도한 투자와 지출로, 그리고 조세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지난 10년간 전기차와 바이오연료차, 수소연료차 사업에 무려 7조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했지만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미국 정부의 혼선으로 투자집행이 방향을 상실했던 탓이 크다”고 꼬집었다. 

최상원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2011년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 자체는 가능할 것이지만 이 차가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할 지, 최적의 성능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양산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2011년에 선뜻 전기차를 구매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이젠 전기자동차 시대다

작년 말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는 전 세계의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고 국내의 경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전선에 있던 전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는 합종연횡을 통해 살길을 모색했고 살아남기 위한 체질 개선의 길을 채택했다. 동시에 지구환경 문제가 부각되면서 자동차의 환경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제 전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는 ‘친환경, 고연비, 소형화’라는 3대 요소를 만족시켜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각국에서는 2016년 기준으로 자국의 연비 기준과 온실가스 기준 등을 발표해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을 급격히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자동차 메이커는 생존과 도태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제 친환경 자동차는 필수 요소가 된 것이다.

친환경 자동차를 대표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과 배터리를 조합해 고연비와 저배기가스를 구현하는 유일한 상용 모델이다. 1997년 이후 전 세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혼다는 기술적 우위와 고연비를 무기로 더욱 친환경 요소의 고삐를 조여가고 있다.

대배기량과 저연비, 친환경 요소가 적은 미국의 빅3는 파산보호 신청 등 여러 문제점을 낳으면서 재기의 발판을 노리고 있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년이 요구되는 상황이고 유럽은 친환경적인 클린 디젤엔진을 기반으로 한 승용 모델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각 자동차 메이커는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국에 맞는 필수적인 친환경 요소가 담긴 자동차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하나의 돌파구가 전기자동차다.

전기자동차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자동차이지만 배터리 충전을 비롯한 효율성 저하 등 다양한 문제로 사장됐던 모델이다. 얼마 전에도 전기자동차의 가장 핵심적 부품인 배터리의 충전 시간과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의 문제로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배터리의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8월 일본 미쓰비시의 소형 전기자동차인 ‘아이미브(i-MiEV)’가 상용화돼 주로 관공서 등에 납품되기 시작했고 향후 1~2년 이내에 닛산이나 GM 등에서 상용화 계획을 발표, 전 세계가 전기자동차의 열풍으로 접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기술적 우위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의 친환경 자동차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리를 굳히기 시작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새로운 전기자동차가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두 모델은 친환경 자동차의 모델로서 자리싸움을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전기자동차가 완전한 상용 모델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실정이다. 충전기 등 다양한 인프라 문제를 해결해야 광범위한 상용 모델이 가능한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처음부터 자리 매김하기보다 ‘세컨드 카’로서의 역할부터 시작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전기자동차는 상용화를 위해 여러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기존의 가솔린 자동차와 디젤자동차의 전통적 위협을 탈피하고 뿌리내리기 시작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다양한 기술적 개발과 인프라 구축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 문제는 시간일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문제점을 풀기 위한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새로운 수익 모델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